“ 굴다 ”
굴다가 들려준 모차르트의 그 빛나는 영롱함과 상큼한 아큘레이션은 아직도 대적할 자가 없다. 그가 완성한 베토벤 소나타, 협주곡 전집 또한 그 위상이 기존의 명반에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다.
기상천외함과 개성은 굴드 못지않게 괴팍하지만, 그가 연주한 모차르트처럼 유쾌하기도 하다. 죽었다고 부음 소식을 내고 기자들 앞에 천연덕스럽게 나타나는 덩치 큰 피아니스트니 말이다.
굴다는 빛나는 천재성을 지녔지만, 그 천재성을 그가 가야 할 길에 쏟지 않고 그가 좋아하는 길에 쏟아부었다. 그는 그 길에 행복한 길이기에 걸어갔겠지만,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쉬울 뿐이다. 굴다의 연주는 애매모호함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분명하고 직선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. 그렇다고 강성으로 굳은 연주가 아니라, 유연함을 갖춰 휘어져야 할 곳에서 휘어지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. 서로 상반된 성질의 연주를 동시에 이루었던 그는 그래서 천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.
굴다는 이미 죽고 없지만, 그가 남긴 음반에서 한 곡을 골라보았다. 그가 재즈 공연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했던 Aria라는 곡이다. 이 날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곡들을 굴다가 즉흥적으로 재해석했던 연주가 많았다. 이 곡은 모차르트의 즉흥연주가 끝나고 난 후 굴다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선율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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